[더리뷰]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 ‘2013 again 안녕, 모스크바’ 성황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 ‘2013 again 안녕, 모스크바’ 성황



  • - 모스크바 하층민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연극 ‘안녕, 모스크바’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Logo2013년 06월 07일 -- 5월 31일(금)부터 6월 2일(일)까지 3일간 세종대학교 세종아트홀 혼에서 열린 감성을 자극하는 정통 러시아 현대극 ‘2013 again 안녕, 모스크바’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또한 이러한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6월 12일(수)부터 16일(일)까지 5일간 대학로 스튜디오 76의 무대에 오른다.

그간 국내 공연계에서 흔히 접하지 못했던 체홉식 코미디 전통을 담은 러시아 현대연극 ‘2013 again 안녕, 모스크바’는 연극 배우겸 연출가로 익히 잘 알려진 김태훈(세종대학교 교수)이 예술감독을 맡고, 젊은 연출가 장한별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가미해 새로운 2013년 작품으로 선보였다.

이번에 올려지는 ‘2013 again 안녕, 모스크바’(원제: 아침 하늘의 별들)의 배경은 1980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소외된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당시 모스크바 당국은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부랑아, 매춘부, 알코올중독자 등 하층 도시민들을 모스크바 근교로 격리시켜 자국을 찾는 외국인의 눈에 띠지 않게 ‘도시환경 미화’의 일부로 여기는 비인권적인 계획에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는 담았다.

‘알렉산드르 갈린’의 인권풍자 현대극

러시아 극작가‘알렉산드르 갈린’이 쓴 이 작품은 당시 러시아의 인권상황을 세계적으로 풍자하는 현대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철망이 쳐져있는 강제 임시숙소에 격리된 하층민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그 곳에는 그들만의 삶과 세상을 향한 희망,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 강제임시숙소를 지키는 관리경찰인 니콜라이는 강간을 당하고 임시숙소로 끌려온 매춘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사연을 그렸다. 니콜라이는 상처 입은 마리아에게 이렇게 울부짖는다. “나는 니가 매춘부이든 상관하지 않아. 마리아, 너를 사랑하니까. 내 눈을 똑바로 봐, 그리고 믿음을 가져!”

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 가운데서 생명력을 얻어 꽃피는 순수한 사랑이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감쳐져 있는 하층 도시민들의 살아가는 속살이 들어 나면서 곧 우리의 자화상은 아닐까 하는 자극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강간, 매춘, 사랑’의 인물구성

작품은 크게 3가지의 사랑으로 인물구성이 이루어진다. 강간을 당하고 수용소로 끌려온 매춘부 마리아와 숙소의 관리자인 니꼴라이의 사랑, 사랑을 키워가고픈 매춘부 로라와 정신병자인 알렉산드르의 사랑, 그리고 발렌찌나의 아들 니꼴라이에 대한 집착적 사랑이다. 인물관계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구성 속에 강제임시숙소라는 공간적 구성은 등장인물들을 압박하며 희망을 좌절시키는 공간으로 더욱 긴장감을 준다. 그럼에도 작품은 오히려 강제임시숙소에서 격리된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내었고 이는 러시아와 유럽의 연극상등을 휩쓸기에 충분했다.

과거는 현재의 발목을 붙들고 미래마저 저당 잡는다. 강인함, 웃음, 거짓말, 침묵으로 자신을 위장하려 할수록 상처는 더욱 아프게 드러난다. 어두운 숙소에서 부대끼는 와중에 남루한 현실과 쓰디쓴 과거가 모습을 내보인다. 이들은 때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처를 보듬는 것도 또한 이들이 한다.

어두운 인생들이야 안에서 바닥을 뒹굴건 말건 바깥에서는 축포가 쏘아 올려 진다. 들뜬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세계인의 축제를 즐긴다. 두 세계 간 단절은 극복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통은 의외로 쉽다. 이들은 툭 털고 일어나 담장 너머로 올림픽 성화 봉송을 지켜보며 환호한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축배를 들 줄 아는 인생들이다. 극은 어두컴컴한 숙소를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극 속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 관객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힘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흘러가는 대화에는 웃음과 삶의 진실이 빛난다. 극중 인물의 뚜렷한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표현한 연기자들의 연기가 극의 재미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소다.

극중 이야기가 이렇듯 감동과 코믹으로 관객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전달하기에 매우 흡족한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연출력이 덧보인다. 이번 작품의 총 감독을 맞은 김태훈 예술감독(창작집단 혼 대표, 세종대학교 교수)은 훈훈한 인상만큼이나 감성적이면서도 사회에 일침을 놓는 말로 전한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제 연극작업의 근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가? 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연극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로서는 단연 우리 사회만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민들 속에 가려져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 이번 작품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라며 작품제작의 짧은 소감을 전했다.

2004년 서울연극제에서 최우수 연출상 수상작

특히 이번작품의 특징은 2004년 초연돼 서울연극제 연출상과 연기상을 받아 극찬을 받으며 여러 무대에서 익히 검증된 바 있으며 2009년 다시 한 번 그 열기를 재연한 바 있다. 극중 시종일관 숨죽이는 긴장감 속에 카타르시스적인 자기해방감은 물론 극적 재미를 더해 준다. 또한 어두컴컴한 강제임시숙소를 배경으로 관객과 함께하며 밝아올 세상을 기다리며 희망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그간 여러 차례 작품이 올려 졌던 만큼 그 완성도와 짜임새 면으로 관객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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